[인터뷰] ‘구텐버그’ 정동화-조형균 “옷이 땀으로 그라데이션 돼도 요령 피울 수 없죠” 양승희 기자 2016-11-30


꿈 위해 전진하는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로 2인극 합 맞춰
▲ 뮤지컬 '구텐버그(연출 김동연)'에서 버드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왼쪽)과 더그 역을 맡은 배우 정동화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났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자신들이 만든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것. 브로드웨이 입성을 꿈꾸는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의 꿈이다. 뮤지컬 ‘구텐버그(연출 김동연)’에서 수십여 개의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는 이들은 오직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마주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창작 공연을 준비하며 비슷한 기분을 느껴봤을 배우들이야말로 더그와 버드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3일 개막한 ‘구텐버그’에서 더그와 버드의 모자는 물론, 헬베티카, 수도사, 취객, 꽃파는 소녀, 푸줏간 주인 등 수많은 인물의 모자를 쓰고 있는 배우 정동화와 조형균을 만났다. 2시간 러닝타임동안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동안 “입고 있는 옷이 땀으로 그라데이션 지경이 돼도 요령을 피울 수 없다”는 이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막 후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무대에 오른 소감이 어떤가요?
 
▲ 정동화는 뮤지컬 '구텐버그(연출 김동연)' 무대에 서는 소감에 대해 "전장(戰場)에 나가는 듯한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정동화: 사실 초·재연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 거쳐 가서 부담감이 컸어요. 그분들이 잘 만들어 놓은 것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잘 입혀보자는 생각으로 임한 것 같아요. 일단 큰 실수 없이 앞선 공연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전장(戰場)에 나가는 듯한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려고 해요.
 
조형균: 2인극이다 보니 1차적으로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동화 형 말대로 앞서 배우들이 ‘구텐버그’를 위해 쌓아온 틀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색을 입혀 공연했는데 다행히 관객들께서 재밌게 봐주시고, 캐릭터의 열정이나 꿈에 관한 메시지에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의 무대가 더 두려워지는 공연이에요.
 
-2인극이다 보니 배우에겐 힘이 들지만, 관객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형균: 아무래도 모자를 쓰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콘셉트이다 보니, 거기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재밌어요. 예를 들면 모자는 ‘여자’를 썼는데 ‘푸줏간 주인’의 목소리를 내는 등 불일치에서 웃음이 나는 거죠. 사실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독일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기도 하고 여인, 다른 여인, 딸, 소녀 등 여자 역할도 여러 개가 나오거든요. 역할 간 차이를 최대한 주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극에서 각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동화: 공연을 처음 접하시는 관객께서는 ‘대체 쟤네들이 무슨 말을 하나’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세일즈맨으로서 작품을 프레젠테이션 하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리면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걸 알 수 있죠. 더그와 버드의 뜨거운 열정 때문에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웃음 포인트인 것 같아요. 너무 열정적이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도 하는데, 그것 자체가 재밌어요.
 
▲ 뮤지컬 ‘구텐버그(연출 김동연)’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쇼노트

-2인극의 달인이라 불리는 정동화 배우와 이번이 2번째인 조형균 배우. 2인극인 만큼 호흡이 중요할 텐데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정동화: 운 좋게도 ‘쓰릴 미’ ‘트레이스 유’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2인극을 했는데 ‘구텐버그’는 정말 ‘2인극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 있어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시도 정신줄을 놓을 수가 없거든요. 이 작품이 끝나고 나면 ‘왕 깼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웃음) 형균이는 ‘난쟁이들’ 초연 때 처음 만났는데 같이 한 덕분에 당시 ‘찰리’ 캐릭터를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형균이가 좋은 표현을 찾으면 ‘와 역시 조형균’ 하면서 박수를 쳐줘요. 같이 연기하면 안정감이 들어서 마지막 공연까지 행복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조형균: 저는 ‘빈센트 반 고흐’에 이어 두 번째인데, 2인극의 장점은 러닝타임동안 배우가 계속 쉬지 않고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거예요. 큰 공연들은 각 배우들이 해야 하는 장면이 굵고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데, 2인극은 무대에 계속 존재하면서 캐릭터 하나를 성장시키죠. 무대에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배우들이 2인극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난쟁이들’ 때부터 동화 형과 호흡이 잘 맞았고, 형이 워낙 센스가 있어서 제가 다른 길로 가도 잘 받아주는 점이 있어서 마음이 되게 편안해요.
 
-꿈과 열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어떤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하나요?
 
▲ 조형균은 뮤지컬 '구텐버그(연출 김동연)'에서 버드와 더그에 대해 "이들에게 배울 점은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것,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간절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돈키호테 같은 무모한 도전 정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박남희 기자

조형균: 사실 더그와 버드가 만든 이야기는 허술한 부분도 많고 엉뚱하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배울 점은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것,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간절하게 살고 있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돈키호테 같은 무모한 도전 정신이 있는 거죠.
 
요즘 같이 부당한 일들이 많은 때에 꿈이나 희망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어차피’라는 생각이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어차피 안 된다,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진짜 나를 가두는 거예요. 오히려 순수한 열정과 꿈을 향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요.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부당한 세상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힘을 모으는 것처럼이요.
 
정동화: ‘구텐버그’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소수 계층이 부당하게 가지고 있는 권력을 평등하게 나누자는 부분이에요. ‘평등한 권력을 위한 싸움은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부당한 권력에 의한 피해자가 바로 오늘날 시민들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세상에 아주 적합하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말연시를 ‘구텐버그’와 함께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뮤지컬 ‘구텐버그(연출 김동연)’ 공연 장면.(뉴스컬처)     © 사진=쇼노트

정동화: 모든 작품이 이번에 공연되면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것 같아요. 성공해도, 성공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게 현재 공연 시장이잖아요. ‘구텐버그’는 뮤지컬에 열정을 가진 두 친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볼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밝은 조명 뒤에서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바쁜 손과 발이 있다는 걸 봐주신다면, 아마 우리나라 뮤지컬을 더 응원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조형균: 저 역시 ‘구텐버그’를 통해 창작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창작자나 관객 중에 사회 초년생들이 많잖아요. 어떤 목표점을 향해 달리다가 악마의 꼬임 때문에 중간에 그만둘 수 있지만, 더그와 버그처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난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느낀다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충무아트센터 블랙이 만석되는 그날까지, 전석 전원 기립박수가 나오는 그날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땀을 흘리면 물을 마실 수 있지만, 공연을 한 그날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각오로요.
 
 
[프로필] 
이름: 정동화 
생년월일: 1984년 1월 9일 
직업: 배우 
학력: 명지전문대학 연극영화과 
출연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밴디트’, ‘컨츄리보이 스캣’, ‘젊음의 행진’, ‘알타보이즈’, ‘형제는 용감했다’, ‘헤어스프레이’, ‘궁’, ‘스프링 어웨이크닝’,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김종욱 찾기’, ‘비스티 보이즈’, ‘쓰릴 미’, ‘난쟁이들’, ‘사의 찬미’, ‘신과 함께’, ‘위대한 캣츠비 Reboot’, ‘바람직한 청소년’, ‘라흐마니노프’, ‘트레이스 유’, ‘구텐버그’ 외. / 연극 ‘트루웨스트’, ‘엠.버터플라이’, ‘두결한장’, ‘프라이드’ 외. 
 
[프로필]
이름: 조형균
직업: 배우
생년월일: 1984년 10월 25일
학력: 경민대학교 뮤지컬과
출연작: 뮤지컬 ‘그리스’, ‘렌트’, ‘달고나’, ‘미남이시네요’, ‘부르클린’, ‘스팸어랏’, ‘친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춘기’, ‘난쟁이들’, ‘빈센트 반 고흐’, ‘젊음의 행진’, ‘살리에르’, ‘페스트’, ‘구텐버그’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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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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