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오세혁-이진욱 “극장에서 벌이는 한바탕 굿판처럼…” 양승희 기자 2018-02-12


‘라흐마니노프’ 이어 연출가와 작곡가로 만나‥다른 결의 뮤지컬 선보인다
▲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오세혁 연출(왼쪽)과 이진욱 음악감독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올해 초는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 단연 강세다. 분명하고 간결한 문체와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 냉혹한 현실을 담아내면서도 인간에 대한 성찰을 놓지 않았던 작품들이 2018년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10일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이하 까라마조프)’도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수현재 작가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1’을 통해 발굴된 작품은 지난해 1~2차 쇼케이스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에 정식을 올린 작품은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인간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진실을 보여준다. 앞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호흡을 맞추고 각종 상을 휩쓴 오세혁 연출과 이진욱 작곡가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까라마조프’를 어떻게 준비했고, 과정에서 느낀 점은?
 
▲ 오세혁 연출은 "뮤지컬은 노래와 음악이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연극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이번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긴 시간동안 창작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약 없이 준비할 수 있었던 덕분에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오세혁: 뮤지컬은 굉장히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노래와 음악이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연극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더 깊게 할 수 있거든요. 작가가 오랜 시간 원작 소설을 읽으며 대본을 썼고, 창작진과 배우들도 책을 읽으며 각자 생각하는 포인트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바에 명확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리딩과 쇼케이스를 거치며 바늘처럼 점점 예리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한 장면 혹은 단 몇 초를 고치기 위해 한 달 넘게 고민한 적도 있는데, 이번 경우는 제작 기간이 길다 보니 오랜 시간 품을 들일 수 있었죠. 불안함 없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고, 어서 관객들을 만나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이진욱: 기존의 문법과 다른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인물의 감정이 어떤 박자 안에 고르게 들어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는데, 이번 ‘까라마조프’는 뭐가 드라마인지 뭐가 음악인지 모르는 접점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감정과 드라마가 다 들어가 있다면, 음정이나 박자는 조금 틀어져도 멋있겠다는 생각으로요.
 
학교에서 공부를 해보니, 우리나라 뮤지컬은 기존의 연극 형식에 음악이 끼어들어가는 형태가 많더라고요. ‘김종욱 찾기’ 같은 뮤지컬이 대표적이죠. 등장인물들이 대사를 주고받다가 노래를 하는 식인데, 그것이 한국 뮤지컬만의 강점이자 색깔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창작자로서 특별히 ‘까라마조프’에 신경 쓴 부분은?
 
▲ 이진욱 작곡가는 "소재의 신선함을 떠나 다른 작품과 음악적으로도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 배우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어 피아노 한 대라는 최소한의 반주로 목소리를 받쳐주려 했다. 학교에서 배운 중세음악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번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안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이진욱: 오세혁 연출과는 앞서 ‘라흐마니노프’를 할 때부터 호흡이 잘 맞았어요. 둘 다 약간 이상한 것에 꽂히는 경향이 있어서 ‘까라마조프’도 기존에 틀에 갇힌 방식이 아닌 새로운 뮤지컬 문법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어떤 곡이 끝났을 때 꼭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대의 모든 순간들이 실제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가지고 뮤지컬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특히 원작 속 수많은 주제들이 실질적으로 삶에 다가오는 지점들이 좋았어요. ‘과연 신이 있는지 없는지’ ‘이성만으로 어떤 일을 판단할 수 있는지’ 같은 질문은 과거 역사 속에서 피를 가진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품었던 것이잖아요. 2018년 지금의 사람들도 물론 그렇고요.
 
오세혁: 제가 이번 ‘까라마조프’에서 기대하는 바는 하나의 공연을 넘어 하나의 의식, 제의(祭儀)와도 같았으면 한다는 거예요. 종교적인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극 중 어떤 생각이나 관념을 통해 한바탕 굿판을 벌이는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관객이 극장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의식을 바라보는 것이죠. 또 넘버가 총 20개인데 각기 다른 곡이 아니라 하나의 장중한 곡으로 들리기를 바라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 안에 다양한 색깔의 음악이 들어있는 것처럼요. 
 
저는 인간이 어떤 것을 기원하는 모든 행위가 ‘굿’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종교를 갖거나 무당을 찾아가는 건 어떤 존재를 향해 무언가를 바라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 위해서잖아요. 극 중 인물들이 자기 고백을 하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며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든 시대든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이전의 것을 잘 털어내야 해요. 그런 점에서 ‘까라마조프’는 모든 인물들이 다시 태어나고, 그런 기원을 관객과 함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타 작품과 비교했을 때 ‘까라마조프’가 제작상 차이점이 있다고?
 
▲ 오는 2월 10일 개막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THE BROTHERS KARAMAZOV, 연출 오세혁)’가 캐릭터 포스터 10종을 전격 공개했다.(뉴스컬처)     ©사진=수현재컴퍼니

오세혁: 다른 프러덕션과 달리 ‘까라마조프’는 제작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었어요. 리딩과 쇼케이스를 거치며 관객들의 의견도 반영한 덕분에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고요. 뮤지컬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창작자로서 ‘이렇게 하면 안 돼, 저렇게 하면 안 돼’ 같은 제약이 있으면 어려운데, 다행히 제작사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존중해 주셨어요. 심지어 이번에 피아노를 객석 1열에 놓았거든요. 피아니스트 김소미가 연주하는데, 무대를 바라보면서 배우와 디테일하게 호흡을 맞추는 것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진욱: 서양 오페라를 보면 실제 객석 1열 앞에 피아노를 놓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음악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흔한데 뮤지컬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았더라고요. 연출님께 이야기했더니 ‘어? 재밌을 것 같은데요’라고 합의가 돼서 피아노 위치를 그렇게 놓기로 했어요. ‘까라마조프’는 피아나스트와 배우와 호흡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0.01초도 안 놓치고 흐름을 따라가서 숨소리 하나까지도 맞추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음악적 특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이진욱: 소재의 신선함을 떠나 다른 작품과 음악적으로도 차별점을 두고 싶었어요. 중세시대 클래식 음악을 보면 ‘가사 그리기’라는 게 있는데, 가사에 맞춰 음악을 그린다는 뜻이에요. 넘버 중 ‘내 몸이 다 빠져 나간다’는 가사가 있으면, 정말 그런 느낌이 들게끔 악보를 그리는 거예요. 제가 쓴 곡에서 그게 정말로 실현됐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역시 그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려고 했어요.
 
또 ‘까라마조프’에는 남자 배우들만 나오니까 남성 중창의 음색과 피아노 한 대만으로 조합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악기는 목소리’라는 말이 있듯이, 저 역시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의 목소리가 가장 첫 번째 악기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거든요. 오케스트라, 밴드 등 다양한 구성이 있는데, 반대로 악기를 다 빼고 싶더라고요. 가능하면 피아노도 빼고 싶었는데 배우들이 두려워해서(웃음) 목소리를 도와주는 정도로 활용하려고 해요.
 
‘까라마조프’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시작해서 목소리로 끝이 나요. ‘레’라는 음 하나로 시작해서 ‘레’로 끝나죠. 대학원에서 중세 ‘그레고리안 찬트’ 악보를 해독하는 수업을 들을 때 얻은 아이디어를 반영했어요. 작품 내 ‘친부 살인’이라는 것은 교회 시대에서는 죄 중의 죄인데, 과학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살인을 이성으로 합리화할 수 있다는 논리가 나와요. ‘신이라는 존재가 과연 있는가’라는 의심과 갈등이 생기는 때, 신과 가장 가까운 음악 즉 원전의 음악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중세의 화음을 극 중 시그니처로 넣어봤는데, 저만 아는 미친 짓 같기도 해요.(웃음) 
 
-마지막으로 ‘까라마조프’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
 
▲ 오세혁 연출(오른쪽)과 이진욱 음악감독은 "다른 프러덕션과 달리 리딩과 쇼케이스를 거쳐 1년 이상 제작과정을 거친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관객들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번 본 공연 때도 관객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뉴스컬처)     ©이지은 기자

오세혁: 이번 ‘까라마조프’를 통해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모든 걸 다 실행해 본 것 같아서 빨리 관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개막이 기다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이 마음을 온전히 무대 위에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진욱: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설레서 런 쓰루도 거의 팬처럼 지켜봤어요.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서 노트도 못하고 넋을 놓고 보고 있어요. 배우들이 너무 잘 해서 ‘회전문 돌 거다’ ‘퇴근길까지 따라가겠다’고 말할 정도로요.(웃음) 아마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음악이고 드라마인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장면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각각 나누어 생각하기보다는 있는 그 자체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이름: 오세혁
직업: 극작가, 연출가
학력: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창작학과
참여작: 연극 '우주인', '레드 채플린', 'B성년', '30만원의 기작',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보도지침',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 '지상 최후의 농담', '블라인드' 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 농구단', '모래시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외
 
[프로필]
이름: 이진욱
직업: 작곡가, 음악감독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음악학 석사

참여작: 뮤지컬 '살리에르', '아보카도', '라흐마니노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존 도우' 외/ 연극 '만추', '보도지침'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뉴스컬처 360VR] [뉴스컬처 연예TV] [네이버 포스트]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2018/02/12 [16:35]
최종편집: ⓒ No.1 문화신문 [뉴스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