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 카레니나’ 정선아 “눈물 쏙 뺄 만큼 힘든 과정, 접신한 듯 날아다녀요” 양승희 기자 2018-02-02


러시아 뮤지컬 첫 도전에 타이틀 롤, 넘버 16곡 부르며 무대 휘젓는다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연출 알리나 체비크)’에서 안나 역을 맡은 배우 정선아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서른다섯 살 좋은 때에 이 작품을 만나게 돼서 기뻐요. 조금은 해이해지고 내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 때쯤, 노력하는 자는 빛날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됐어요.(웃음)”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최고의 디바’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데뷔작 ‘렌트’부터 ‘지킬 앤 하이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작품과 배역을 거쳤고 ‘아이다’ ‘위키드’ ‘보디가드’ 등 여자 캐릭터를 원 톱 혹은 투 톱으로 내세운 뮤지컬에서도 정선아의 이름은 어김없이 올라왔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새내기들이 입을 모아 그를 ‘롤 모델’로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16년차 베테랑인 정선아에게도 이번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연출 알리나 체비크)’는 몇 차례 눈물을 쏟아냈을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가 맡은 주인공 ‘안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 전체를 끌고 가는 역할인 데다, 처음 접하는 러시아 뮤지컬의 연습 방식 등에서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정선아는 연습 초반 알리나 체비크 연출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솔직히 밝히며, 여태껏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을 통해 새로이 깨달은 바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연출 알리나 체비크)’ 공연장면 중 브론스키(오른쪽, 이지훈 분)가 안나(정선아 분)를 품에 안고 있다. 정선아는 ‘아이다’ ‘위키드’에서 상대역으로 함께한 옥주현과 같은 역으로 처음 발탁된 것에 대해 “언니랑은 참 오래된 사이인데 엄마처럼 나를 잘 챙겨줘서 늘 고맙다. 언니는 키가 큰데 나는 작고 성격이나 스타일도 달라서 그야말로 ‘더블 캐스팅’의 묘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연출님은 거침없고 강한 신여성 같은 분이었어요. 러시아 이야기가 낯설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점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이 그린 큰 그림에 배우들이 따라오기를 원하시더라고요. 연습도 보통 다른 작품은 씬 별, 안무 별로 따로 연습한 뒤 합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연출님은 개막 1달 전부터 런을 돌면서 전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길 원하셨어요. 아무래도 주인공의 비중이 많고 노래도 큰 에너지가 필요한 편이라 고생을 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동안 나약하고 해이해진 부분을 다잡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정말 좋았어요.”
 
고생스러웠던 연습 과정은 개막 후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정선아는 “모래 주머니를 달고 연습을 하다가 무대에서는 주머니를 떼고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다”며 “예전에는 ‘나 이만큼 잘하는 걸 보여줄 거야’ ‘관객들게 박수를 받고 싶어’라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안나의 모습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다’ ‘정선아보다 안나라는 인물이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19세기 러시아의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잘 알려진대로 고관대작의 부인 ‘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다. 1000쪽짜리 방대한 소설을 뮤지컬로 압축하면서 특히 ‘안나’에게 집중했는데, 타이틀 롤이 부르는 넘버만 16곡에 이를 만큼 배우에게 높은 집중력과 체력 등을 요구한다.
 
▲ 정선아는 “관객들이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보시고 난 뒤 물음표가 생겼으면 한다. 2시간 반동안 꾹꾹 눌러 담은 안나의 뜨거운 감정이 마지막에 펑하고 터져서 마치 재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이 추운 겨울에 선사해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정선아는 “요즘 무대에 오르면서 어쩔 땐 ‘작두 탔다’ ‘접신했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강하게 몰입이 된다. 어머 나 교회 다니는데”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무대에 계속 나와 있어야 하고 긴 여정을 이끌어가야 함에도 어느 작품보다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안나가 가진 심적 상태에 집중해 첫 곡부터 커튼콜까지 쭈욱 따라가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예쁘게 보일지,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들릴지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게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배우로서 변화했다고 느끼는 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이다’의 암네리스, ‘위키드’의 글린다처럼 밝으면서 로맨틱한 느낌의 배역을 좋아했고, 배우로서도 잘 살려내며 사랑받았던 정선아는 “지금 이 나이에 ‘안나 카레니나’를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서른 이전이었다면 가정이 있는 여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다 결국 생을 마감하는 어둡고 묵직한 역할은 선택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아직 멀었지만 삶의 기쁨, 상처, 행복과 불행, 사랑, 미래, 죽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한 시점에 안나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정선아는 “여자 원 톱, 여자 중심 뮤지컬 등 수식어나 역할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내 직감으로 끌리는, 내가 맡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 그 안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는 힘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배우에게 맞고 안 맞고는 없는 것 같다. 주어진 것 안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것이 배우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좋은 작품과 역할을 계속 원하겠지만,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무대에 서는 것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이름: 정선아 
직업: 뮤지컬 배우 
생년월일: 1984년 10월 12일 
학력: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 학사 
수상: 제2~3회 더뮤지컬어워즈 여우조연상,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 인기스타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 제7회 골든티켓어워즈 뮤지컬 여배우상 외 
출연작: 뮤지컬 ‘렌트’, ‘맘마미아’, ‘유린타운’, ‘사운드 오브 뮤직’, ‘노틀담의 꼽추’, ‘겜블러’, ‘지킬 앤 하이드’, ‘해어화’, ‘텔 미 온 어 선데이’, ‘나인’, ‘제너두’, ‘드림걸즈’, ‘아이 러브 유’, ‘모차르트!’, ‘아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에비타’, ‘광화문 연가’, ‘쌍화별곡’,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위키드’, ‘드라큘라’, ‘킹키부츠’, ‘데스노트’, ‘보디가드’, ‘나폴레옹’, ‘안나 카레니나’ 외.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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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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