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이야기]같은 역할·다른 性의 배우들 더블캐스팅 제대로 느끼세요 양승희 기자 2018-01-07



▲ 뮤지컬 '광화문 연가(연출 이지나)'에서 '월하' 역에 남녀 더블 캐스팅된 배우 차지연(왼쪽)과 정성화의 공연 장면.(뉴스컬처)     ©사진=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더블 캐스트(Double cast)’란 한 배역에 두 배우를 배정해 번갈아 무대에 서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배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관객들의 수요와 티켓 판매 성적을 생각하는 제작사의 필요 등이 맞물리며 한 역할에 3명을 배정하는 ‘트리플(Triple)’, 4명을 발탁하는 ‘쿼드러플(Quadruple)’, 심지어 5명까지 이름을 올리는 ‘퀸투플(Quintuple)’이 등장했을 정도다.
 
한 역할에 둘 이상의 캐스팅은 동성(同姓) 배우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남자 배역은 남자가, 여자 배역은 여자가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그러나 모든 것이 가능한 무대에서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한다. 최근 같은 역할에 이성(二姓) 배우를 캐스팅해 동성 더블이나 트리플에서 발견할 수 없던 신선함을 내뿜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먼저 故이영훈 작곡가의 유행가를 엮어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인연을 관장하는 미지의 인물 ‘월하’ 역에 배우 정성화와 차지연이 남녀 더블 캐스팅됐다. 월하는 중국 고대 전설에서 짝짓기를 관장하는 신 ‘월하노인’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캐릭터다. 이번 극에서는 죽음을 앞둔 남자 ‘명우’의 시간여행 안내자이자 극의 서사를 이끄는 해설자로 활약한다.
 
이지나 연출은 “월하는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한 존재인데, 중성적 매력의 정성화·차지연이 역할에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판타지적 인물인 월하를 통해 연극적 상상력이 더 발휘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성별이 달라지면서 같은 노래라도 다르게 편곡하는 등 창작진의 수고로움이 더해졌다. 그러나 정성화의 월하가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을 뽐낸다면, 차지연의 월하는 카리스마 넘치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존재한다.
 
오는 14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도 이태원에서 게이바를 운영하는 ‘딜리아’ 역에 이성 배우 강윤석과 박칼린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딜리아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주인공 ‘조쉬’의 곁을 지키는 조력자로, 실제 트랜스젠더 할머니를 모델로 했다.
 
2016년 시범 공연 때부터 딜리아 역을 맡아 사랑스러운 면모를 뽐냈던 강윤석과 함께 이번 정식 공연에서는 작품의 연출가이기도 한 박칼린이 새로운 딜리아로 합류했다. ‘그리스 여신’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차별과 상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인물을 그려낸다.
 
이외에도 지난해 9월 공연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주인공 ‘조제’의 할머니 ‘토모코’와 남동생 ‘다나카’ 역에 류경환과 김아영이 더블 캐스팅돼 1인 2역으로 선보였다. 서로 다른 성의 배우가 극중 남녀 역할을 번갈아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관객과 모든 것이 가능한 무대가 있는 한, 앞으로 ‘남녀 더블 캐스팅’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 2018년 1월 5일자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뉴스컬처 360VR] [뉴스컬처 연예TV] [네이버 포스트]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2018/01/07 [10:30]
최종편집: ⓒ No.1 문화신문 [뉴스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