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쓰맨’ 한선천 “첫 주역의 부담감, 연습 거듭할수록 책임감으로 바뀌었죠” 허다민 기자 2017-10-02


여성 뷰티샵에서 일하다 백설탕의 신입 세신사로 취업한 ‘줄리오’ 役
▲ 뮤지컬 ‘배쓰맨(연출 정도영)’의 줄리오 역을 맡은 배우 한선천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중학생 시절부터 함께한 무용에 슬럼프를 느낄 무렵 출연한 댄스경연프로그램 ‘댄싱9’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무용가 한선천. 그 후 뮤지컬 ‘킹키부츠’ ‘컨택트’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배쓰맨(연출 정도영)’에서 첫 주역을 맡았다. 설렘과 책임감을 느끼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그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극을 끌어가야 하는 역할을 준비하며 처음에는 부담감을 느꼈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한선천은 “뮤지컬 ‘베어’ 오디션장에서 인연을 맺은 연출님이 출연을 제안해주셨다. 전공했던 무용을 잘 살릴 수 있고, 캐릭터의 성격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출연을 결심했지만 걱정이 컸다”며 “좋은 선배님들과 작품을 준비하며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초반의 부담감이 책임감으로 바뀌었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매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쓰맨’은 ‘목욕관리사(때밀이)’로 불리는 ‘세신사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이다. 한국에만 있는 목욕문화를 해외로 알리고 관광객들에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뮤지컬 ‘비스티’ ‘빈센트 반 고흐’ ‘베어 더 뮤지컬’ 등에서 안무가로 활약해온 정도영이 연출로 지휘봉을 잡았다. 극은 20년이 넘은 낙후된 전통 남성 전용 목욕탕 ‘백설탕’에 미스터리한 신입 세신사 줄리오가 들어오면서 생긴 좌충우돌 사건을 그린다.
 
작품에서 한선천은 유명 여성 뷰티샵에서 일을 하다 남성 전용 목욕탕인 백설탕의 신입 세신사로 취업한 ‘줄리오’ 역을 맡았다. 영등포 세신 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잘생기고 몸까지 좋은 신입 세신사다. 한선천은 “줄리오는 맑고 순수한 청년이지만 외로운 인물이기도 하다”며 “내면에 많은 고민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이를 몰라준다. 혼자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외로움이 많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 뮤지컬 ‘배쓰맨(연출 정도영)’공연 장면. 한선천은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내가 원하는 대로’를 꼽았다. 그는 “넘버의 음이 굉장히 높다. 부담이 되는 넘버라 미운 정이 많이 든 것 같다”며 “이건 진짜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넘버”라고 소개했다.(뉴스컬처)     ©사진=문화공작소 상상마루
 
“줄리오는 그의 슬픔이나 외로움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와 줄리오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을 다른 색깔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에는 밝고 유쾌하다가 홀로 있는 순간에는 매우 조용하고 섬세한 느낌으로 변화를 줬는데요. 관객분들이 보실 때 처음에는 ‘대체 왜 저러지?’ 하시겠지만, 줄리오의 속사정이 나중에 다 밝혀졌을 때 의문점이 단번에 풀릴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내면의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슬픔이 묻어있는 무용 작품들을 자주 경험해왔기 때문. 거기에 줄리오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더했다. 그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님과 따로 만나 줄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일생을 쭉 읊어봤다. 그 후로는 인물에 대한 이해도와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퀴어영화를 참고해 감정을 찾아보고, 세신사에 대한 공부를 위해 영상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한선천은 “창작 작품이라서 수정이 빈번했다. 그동안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만들어가는 연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선배 형들이 하는 것을 지켜봤다. 욕심을 내기보다 좋은 방향을 잡아주시면 그 안에서 제가 만들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가자고 목표를 세웠다”며 “작품과 캐릭터를 이해하고 나니 수정되는 부분들이 순조롭게 받아들여졌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되돌아봤다.
 
그 중 배우들과 다함께 운동을 다녔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노출이 필요한 장면이 있어 같은 헬스장에 등록했는데 그를 계기로 친분이 돈독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운동을 할 때 (유)은이 형이 도움을 많이 줬다. 무용을 했기 때문에 다들 제가 운동을 잘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깬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 한선천은 작품의 관극포인트를 ‘깨알 연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신사들의 뒤에서 항상 그들을 지켜봐 주는 비너스의 깨알 연기가 특히 재밌을 것이다. 비너스가 있기 때문에 백설탕이 존재하고 줄리오도 백설탕을 찾아간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매력을 다 가지고 있으니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TV에 나오던 대중가수들을 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춤. 재즈댄스로 시작해 15년 가까이 전공하던 무용을 잠시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것은 ‘킹키부츠’ 공연을 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무용수로서의 꿈이 더 강했지만 선배들의 무대를 보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몸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닌 말로 표현하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여러 오디션장의 문을 두드렸다.
 
“무용 작품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좋은 기회가 오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습니다. 무용이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사실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댄싱9’에 출연했던 것인데, 방송을 하면서 제가 무용을 시작한 이유가 많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알리고 싶어서였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그를 몸짓이 아닌 연기와 노래로 전하고 싶어요. 아직은 춤추는 한선천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그런 선입견을 깨고 한선천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해요. 저도 그만큼 더 노력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그는 “‘배쓰맨’은 저에게 뮤지컬 배우로서 제대로 된 첫걸음을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라 끝까지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작품을 통해 배우 한선천으로서의 모습을 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관람하면서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니 ‘배쓰맨’에도 많이 관심을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프로필]
이름: 한선천
직업: 배우, 현대무용가
생년월일: 1989년 8월 9일
출연작: 뮤지컬 ‘킹키부츠’ ‘배쓰맨’, 댄스씨어터 ‘컨택트’ 외
 
(뉴스컬처=허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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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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