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가 철철 넘치는 극한의 상황 속 ‘인간’을 보다…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양승희 기자 2017-08-10


퓰리처상 후보 오른 美작가 라지프 조셉의 작품, 국내 초연
▲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 공연장면 중 휴마윤(위쪽 조성윤 분)이 바불(아래쪽 김종구 분)의 손을 자르려고 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컴컴한 지하 고문실 바닥에 생긴 피웅덩이,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시뻘건 핏물이 사방으로 튄다. 이곳에서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사내 둘이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다. 피로 흠뻑 젖은 칼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인두가 쥐어진 손, 그리고 옆에 놓인 양동이 속 잘려나간 누군가의 수많은 손들이 방금 전까지 이들이 한 일을 짐작하게 한다. 이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타지마할’에서 벌어졌다면 어떨까?
 
지난 1일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은 17세기 인도 아그라의 황제인 샤 자한(Shah Jahan)이 그의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타지마할에 얽힌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바그다드 동물원의 뱅갈 호랑이’로 퓰리쳐상 후보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라지프 조셉이 집필해 2015년 6월 뉴욕에서 초연된 것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에 국내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극은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등장해 궁전을 지키는 한 사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1600년대 인도 아그라, 까만 밤에도 황제의 안위를 지키고 있는 이는 황실 근위병 ‘휴마윤’이다. 이윽고 또 다른 근위병 ‘바불’이 허둥지둥 나타나는데, 두 사람은 서로를 ‘바이(형제라는 뜻)’으로 부를 만큼 각별한 친구 사이다.
 
황실 근위대의 중요한 맹세 중 하나가 ‘침묵’임에도 수다쟁이 바불은 끊임없이 휴마윤에게 말을 건다. 휴마윤이 좋아하는 각종 새들, 가장 잘 나가는 근위병만 할 수 있는 후궁들의 거처인 ‘하렘’ 경비, 황제폐하를 모욕하거나 반기를 들었을 때 국가로부터 받게 되는 불경죄, 반역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이 시대가 권력에 의해 사람들의 권리나 자유가 얼마나 억압받던 때였는지 알 수 있다.
 
▲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 공연장면 중 휴마윤(왼쪽 최재림 분)과 바불(오른쪽 이상이 분)이 의견을 대립하고 있다.(뉴스컬처     ©윤현지 기자

휴마윤과 바불이 한창 우스운 농담을 이어갈 때 쯤, 타지마할에 관한 이야기가 툭 튀어나온다. 무려 16년 동안 높고 두꺼운 벽에 싸여 오직 벽 안에 있는 인부들만이 볼 수 있었던 타지마할은 이외 사람들은 완공 전까지는 절대 봐서는 안 될 고귀한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궁전을 지은 건축가 ‘우스타드 아이사’는 황제에게 타지마할을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기 전, 작업에 참여한 2만 명의 일꾼들이 먼저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감히’ 부탁하고, 이에 모욕감을 느낀 황제는 끔찍한 명령을 내린다. ‘건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손을 자르라’고. 그리하여 타지마할만큼 아름다운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만들 수 없게 하라고.
 
불행하게도 휴마윤과 바불은 이 끔찍한 명령의 수행자로 지목된다. 2만 명의 사람 몸에 달린 4만 개의 손을 자르고 인두로 지져야 하는 형벌 같은 임무다. 이 비참한 사건을 그저 ‘명령’으로 정의한 휴마윤은 이내 충격에서 벗어나지만, 이를 ‘아름다움을 죽인 일’로 받아드린 바불은 심한 죄책감과 공포를 느낀다. 부당한 권력이 행한 부적절한 명령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눈앞에서는 피가 철철 넘치는 공포 스릴러 같은 장면이 등장하지만, 두 친구가 나누는 환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는 마치 동화 같은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이미지가 한 작품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나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충격적인 사건 전개와 그로테스크한 무대 연출 속에 인간이 한번쯤 고민할 만한 삶 속의 여러 문제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더욱이 핏물로 온 몸을 뒤덮으면서도 극한의 감정 연기로 90분을 가득 채우는 두 배우의 열연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는 10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연출: 이종석
공연기간: 2017년 8월 1일 ~ 10월 15일
공연장소: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출연진: 김종구, 조성윤, 최재림, 이상이
관람료: R석 6만원, S석 5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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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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